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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의 여유

한국의 기업가정신 -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경영과학회 특강

by ibislab 2008. 11. 3.
안녕하세요.

지난 주 금요일(10월 31일) 한국과학기술원 홍릉캠퍼스에서 2008년 한국경영과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2편의 논문 발표도 했고, 조직위원으로 우수논문 심사에도 참여를 했었습니다.

제가 KAIST 석사과정에 입학하기 위해 처음 홍릉캠퍼스를 찾았을 때가 1988년 늦은 가을이었으니 홍릉캠퍼스와의 만남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전덕빈, 김보원 교수님 등 KAIST 경영대학의 쟁쟁한 교수님들께서 준비를 하셔서 행사는 여느 가을 학회보다 매끄럽고 성대하게 잘 치루어진 것 같습니다. 

정기총회 이후에 특강으로 보안프로그램과 안철수 연구소로 유명하신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님께서 '한국의 기업가정신(Entereneurship of South Korea)'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해주셨는데, 역시 현업의 경험도 많으시고 안목과 지식을 겸비하신 분이라서 한국 기업 현실에 대해서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셨습니다. 몇일이 지난 오늘, 발표 때 나누어주신 PPT자료를 버리려다 다시 보니, 너무 아까워서 주요한 요지만 몇자 적도록 하겠습니다.

-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필요한 이유는?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Portfolio for whole economy(경제 전체의 포트폴리오)
2. Creating jobs for most Koreans(일자리 창출)
3. Sustaining large companies(대기업의 유지)
   - Providing innovation(혁신의 제공)
   - Providing market(시장의 제공)

즉, 첫째는 우리가 개인 자금의 투자도 포트폴리오를 하듯이, 국가 경제의 포트폴리오를 위해서 중소기업이 필요하고, 둘째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중소기업을 통해서 창출되고 있으며(1997년 10월 금융업과 30개 대기업 종사자의 수가 157만 3000명에서, 2002년 10월 124만 7000명으로 도리어 줄었음), 세째는 대기업을 지탱하기 위해서도 중소기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혁신은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지고(90%의 혁신이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짐), 또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시장을 제공합니다.

- 한국에서 기업가정신 쇠퇴한 이유는?
한국에서는 도리어 기업가정신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다음의 4가지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Few business opportunities? (사업기회의 감소?)
2. Small return? (적은 보상?)
3. Low probabilities of sucess? (낮은 성공가능성?)
  1) Competency of management team of SMB (중소기업 경영팀의 역량)
  2) Supporting infrastructure (지원 인프라)
  3) Busienss practices between large companies/government agencies and SMB (대기업/정부기관과 중소기업간의 사업 관행)
4. High risk? (고위험?)

첫번째는 시장이 성숙하면 기회가 줄어들고, 대기업만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기업가정신의 쇠퇴의 주된 요인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번째는 보상이 작다는 것입니다. 이유로는 M&A 시장이 작고, IPO 시장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즉, exit market의 크기가 작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도 기업가정신의 쇠퇴를 부분적으로밖에는 설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세번째 성공확률이 낮다는 구체적인 이유로는 다음 3가지를 드셨습니다. 첫째는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팀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지원 인프라(대학, 벤처 자본, 은행, 아웃소싱 회사, 정부의 R&D 정책)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또 세번째 대기업, 정부기관들과 중소기업간의 잘못된 사업 관행이 많다는 지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가 망하는 경우 경영자가 회사의 빚을 다 떠안아야 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하셨습니다. 부도를 안 내기 위해서 일종의 '덤핑'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정상적인 기업까지도 망가지게 되는 일종의 'Zombie' economy 현상(좀비 경제, 죽여야 할 기업이 죽지않아서, 점차 좀비가 늘어나듯 부실한 기업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실패에 대한 사회적 통념도 문제이구요.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모든 참여자(SMB, 대기업, 정부기관, 대학, 벤처캐피탈, 은행, 주식시장)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님)
2. Exit market(M&A market, IPO market)의 정상화
3. 중소기업 경영 역량의 강화(지속적인 학습시스템의 구축(특히, 초단기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함), 은퇴 기업 전문가의 활용 등)
4. 벤처캐피털 역량 향상 필요(미국의 선진 벤처캐피털 best practices를 참조할 필요가 있음. 예를 들어 여러 전문가가 함께 회사를 봄으로써 회사의 위험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해야함)
5. 잘못된 경영 관행의 개선(감시 기능의 강화가 필요함. 대기업의 SMB 담당자에 대한 인사평가지표가 변경되지 않는 한 현재의 관행이 바뀔 수 없음)
6. 경영자에 대한 위험을 줄여주어야 함(회사 채무에 대한 개인 보증 문제 등)

특강을 재미있게 잘 들었는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껍데기만 남아있고 알맹이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안철수 교수님이 들려주신 여러 생생한 사례들을 빼놓고, 뼈대만 옮기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경제의 탄력을 잃으면서 더 기업자정신이 소멸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계를 향해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그런 경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종우 올림.

볕이 잘 드는 가을 날에 행당동 연구실에서.
2009.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