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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의 여유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장학금 기사(국민일보, 2007년 10월 5일)

by ibislab 2007. 10. 6.

국민일보 2007년 10월 5일자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들의 각별한 제자 사랑… 사비 털어 5년간 26명에 장학금
[2007.10.05 18:34]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교수들이 사비를 털어 장학금을 마련해온 사실이 밝혀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양대 경영대학 소속 교수 40여명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십시일반으로 2500여만원을 모아 학생 26명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줬다.

◇결혼식 주례, 반드시 한다=한양대 김대식(52) 교수는 2003년 학생들이 뽑은 ‘최우수 강의 교수’로 선정돼 학교에서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학생들의 직접투표로 받은 상이라 감회가 남달랐던 그는 상금을 어떻게 쓸까 궁리하다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교 장학금은 성적 우수자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고 공부할 시간을 빼앗겨 장학금 혜택에서 밀려나는 걸 안타깝게 생각해왔던 김 교수는 그들을 위한 기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김 교수는 경영대 교수회의에서 이같은 의견을 밝힌 뒤 자신이 먼저 상금 100만원을 쾌척했다.

다른 교수들의 호응이 잇따랐다. 작은 돈이라도 생기면 잊지 않고 장학금 모금 계좌로 보내왔다. 교수들은 모금액을 늘리기 위해 스스로 ‘장학금 모금을 위한 지침’까지 만들었다. 지침에 따라 교수들은 외부 특강 및 상담 수고비를 모두 기부했다. 제자들이 요청하는 주례는 한번도 거절하지 않고 사례비를 받아 장학금에 보탰다. 각종 대회와 학회에서 받은 상금도 기꺼이 내놓았다. 이렇게 모은 돈이 한 학기에 500만∼600만원에 이르렀다.

◇후배들에게 돌려줄게요=장학금 지급의 최우선 원칙은 가정 형편이다. 경영대 운영위원회 교수들이 지도 교수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학생 가운데서 수혜자를 결정한다. 학교에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거나 외부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제외된다.

액수는 일인당 100만원이다.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원에 육박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초라해보일 수도 있는 액수다. 김 교수는 “너무 적은 돈이라 말하기도 부끄럽다”면서 “하지만 교수들이 모은 돈이라는 걸 알면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 적은 액수라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 후 후배들에게 자신이 받은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 이들은 “졸업 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장학기금 모금에 동참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이 쓰인 증서에 서명해야 한다. 여기에는 훗날 동문 선배들의 기여로 장학금이 크게 불어나길 바라는 교수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예종석(54) 경영대 학장은 5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는 제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며 “장학금이 늘어나 더 많은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